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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2. 7. 00:55 - 자신감과 겸손함

Before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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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돌아온 잊지못할 사랑의 추억


영화가 끝나면 젤 먼저 하는 행동이 눈에 선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고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혹시 "Before Sunset"을 보게 될 사람도 나와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리라 확신을 한다.

이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오르는 순간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다. 그리고 뭐가 이렇게 빨리 끝나.. 설마.. 또 있겠지... 설마 이렇게 끝나려구.. 이렇게.. 분명하다. 확신한다.

"Before Sunset" 이 영화는 너무나 빨리 끝난다. 79분의 런닝 타임을 가진 영화. 그리고 큰 굴곡없이 그냥 무난하게 무난하게 주욱 이야기가 진행하다가 특별한 갈등도 없이.. 그냥 끝이 난다. 뭐 랄까.. 조금씩 흔들리던 이가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피도 나지 않고 아프지도 않게 빠지듯이 조금씩 조금씩 이어지던 영화가 순간 자막이 올라가면서 끝이나 버린다. 너무나 허탈하게.. 다들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뭐가 벌써 끝이나.. 이런 표정을 짓는다.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영화를 보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엇.. 나의 '줄리 델피'가 많이 늙었구나 이전 "Before Sunrise"의 그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은 거의 없어지고 중년(솔직히 중년은 아니지만 숙녀도 아닌.. 뭐 랄까.. 미시족이랄까.. )을 바라보는 그런 모습으로 변했다. 물론 1995년에 개봉했고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영화속에서 9년전의 모습을 찾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Before Sunrise"의 그런 모습을 기대하던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첫 장면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Before Sunrise"에서의 그 귀여운 french girl에서 지금은 음.. 인생을 아는 french woman으로 성숙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느끼하지만 매력적이던 에단 호크도 너무 많이 늙었다. 이마에 라인도 많이 생겼고 그 때의 매력적이던 느끼함도 많이 없어진듯해 보인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더 사실적인 것 같기도 하다. 만약 두명의 주인공이 9년 전이랑 거의 달라진 것 없어 보인다면 그래서 주인공은 똑같지만 관객은 9년의 나이를 먹어서 그리고 그때랑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한다면 어쩌면 그런 모습은 더 이상 공감을 얻어내진 못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Before Sunrise"의 이야기를 자전적인 소설로 써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에단 호크(제시)는 베스트 셀러 작가로서 파리를 방문하게 되고 그리고 다시 만난 줄리 델피(셀린느). 9년전의 그 하룻밤의 사랑을 서로 잊지 못하고 있다. 둘은 나이가 들고 각자 자기 나름의 결혼을 하고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때의 사랑을 잊지못하고 있다. 6개월후의 약속에 나가지 못한 셀린느와 그때 비엔나에서 그녀를 기다린 제시.. 그리고 그들이 있었던 기차역이라던지 같이 걸었던 공원.. 이런것을 다시 가봤다는 제시.. 왜 나오지 않았냐는 제시의 질문.. 할머니 장례식때문에 나갈수 없었다는 셀린느.. 나왔다면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제시의 대답... 음.. 결국 그들은 "Before Sunrise"의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그래서 어쩌면 "Before Sunrset"이 만들어 질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영화는 정말 정말 큰 갈등이 없이 진행이 된다. 파리 관광진흥공사의 도움을 받은 파리 홍보 영화라고 해도 뭐 별로 특별히 틀리지 않을 듯이 보이고 우리나라 영화 "강원도의 힘"이나 "생활의 발견"과 같은 일상의 모습을 담은 영화같이 두 사람의 일상을 담은 그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라고 해도 뭐 별다른 이의를 제시하진 못할 것같다.

그러나 제시의 입장을 보면 시간이 아쉬워 더 같이 있으려는 제시의 노력에는 상당한 공감을 한다.

"Before Sunrise"와 같이 이 영화는 주인공 두명의 대화가 엄청나게 많다. 특히 줄리 델피는 "Before Sunrise"보다 훨씬 말을 많이 하게 된다. 프랑스인이지만 영어를 잘하고(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의 영어가 발음이 이상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영어를 잘 몰라서 그런지 그냥 native같이 느껴지기만 한다. Love actually의 여자 주인공의 발음이 귀엽다는 말도 들었는데 난 그 발음이 귀여운지는 잘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선 그냥 영어발음인데..) 쉴새없이 계속 대화를 주고 받는다. 분명 서로에게 좋은 추억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만에 만나도 그렇게 쉬지 않고 대화를 할수 있으리라.. 그리고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에 더 궁금한 내용이 있을지도..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만날때 오랜만에 만나서 궁금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만에 만나서 더 어색한 사람이 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저 사람이 이전에 어떤 말을 좋아하고 싫어했지.. 이러면서 더 어색해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쉴새 없이 대화하는 것이 더 어색할수도 있다. 그런데 말하지않고 어색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것같다. 그래서 난 차라리 어색한 만나는 사람과는 얘기를 더 많이 하려고 하는 것같기도 하고.. 하여튼 두명은 정말 대화를 잘 한다. 제시가 잘 이끌어 내는 것도 있겠지만 셀린느 자체가 참 말이 많은 것같기도 하다. 근데 말이 많아도 별로 싸보이지 않게 귀엽게 말이 많다. 그리고 장난을 쳐도 정말 애교스럽게 귀엽게 장난을 치고..(이건 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온다. ^^) 연애를 할때는 분명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이 편해져서 말을 안해도 될때까지 가려면 그때까지의 노력은 분명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마지막에 셀린느의 집에 들어가 차를 마시는 제시.. 그리고 제시를 위해 기타노래를 부르는 셀린느.. 둘은 분명 지금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러다 비행기 늦겠어요?" "응...알고 있어.."

과연 제시는 비행기를 탔을까..? "Before Sunrise"의 6개월 후에 만날까라는 여운을 남긴 것처럼 약간의 여운을 남겼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좀 더 확실한 긍정의 답을 할수 있을 듯하다. 타지 않았을 것이라고..

영화가 끝나고 난 "Before Sunset"의 이 두주인공은 늙었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할 줄아는 노년처럼 먼 훗날 "Before Sun-Rerise"의 주인공으로 다시 돌아왔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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