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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29. 08:40 - 자신감과 겸손함

후배녀석이 나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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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춘오빠를 생각하면 늘 한가하고 허전한 일요일이 떠오른다..
1학년 1학기, 기숙사에 살 무렵에 일욜, 학교 미사를 오면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도, 만날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구 점심도 저녁도 안주는 기숙사까지 돌아가긴 싫구,더구나 학교까지 와서 말이다..



따르릉~따르릉~~
3273~으로 시작하는 신촌 지역 네자리 전화번호..
인춘오빠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곤 했다..
-..여보세요..?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날 10분 쯤 기다리게 한뒤에
여전히 잠이 덜깬 모습으로 오빠는 길 맞은편에 나타났다..
-뭐 먹을래?
그때가 4월이나 5월 쯤 되었었던가...



입시를 친 뒤 찾아들어간 하이텔 서강대 동호회, 경영에서
오빠를 처음 접했던 것 같고,,
같은 쎅이었고, 오빠가 쎅장이 되어서,
그리고 역시 하이텔 동호회로 시작한 내 단짝 친구를 오빠가 좋아하면서
더 많이 붙어다녔던 것 같다..
오빠의 고향이 내가 중1때까지 살았던 진주라는 것도 한몫을 했지..



아아..본격적인 건 그 단짝 친구와 내가 맘에 들어했던 선배가
사귀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당..^^;
동병상련의 설움을 술잔에 흘려보냈던 시간이 있었지..



내가 1학년 1학기를 마칠 때 즈음 오빠는 홀랑 군대를 가버렸으니
선후배로 같이 학교를 다닌 시간이래봤자 한학기가 고작이당..



뭐, 그래도 훈련소에서부터 열라 편지를 써보내서는
제대할 때까지 보냈으니 2년 2개월을 꽉 채운 사람은
인춘오빠가 유일한 것 같당..
나름대로 여친 못지 않게 자주, 많이 써보냈다고 장담함..-.-



글고 보면 그 투박한(?) 오빠가 내 성년의 날에
에센스며 썬크림을 사보내서 어찌나 놀랬든지..!



제대하고 나서는 그리구 복학하고 나서는 오히려 사이가 소원해진 듯 했지만
끊어질 듯 이어지는 관계가 때론 신기하기도 하다..



아마 이 오빠와는 대학 시절 첫학기의 추억이 있어서인 듯 하다..
사랑채 별주를 두 주전자쯤 마시고선 뭐가뭔지로 모른채 한
엉망진창 내 첫고백도(상대방은 그걸 고백으로 여기지도 않았지만..)
인춘오빠는 대수롭잖게 그 선배를 불러다 놓고는
-얘가 너 좋댄다~
하고 마무리 지어 버렸고,,



학보사 회의가 너무너무 가기 싫을 때는
레포트 쓴다는 핑계로 오빠의 빈 하숙방을 차지하고 앉아선
컴퓨터에 마주앉아 국장언니의 삐삐를 꾸역꾸역 씹어대기도 했다..



흐음..그 시절 나는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땡깡을 부린 상대에게
무시당하기도 하고,,
단짝 친구와 무지 멀어지고,,
빡센 동아리 탓에 친구들에게서 점점 소외되어 가고,,



결국은 동아리를 그만두고 다른 친구들 틈으로 끼어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중간에서 날 받쳐준 징검다리가 아마 인춘오빠가 아니었나 한당..



내가 마악 친구들에게로 다 건너갔을 즈음 오빠에게 미안해하자
그럴 필요 없다고, 원래 선배는 별 쓸모도 없고,,
동기들이랑 어울리는 게 최고라고,,
날 다독거려줬던게 기억난다..



오늘, 도라지에서 잠깐 오빠를 보았당..
여전히..투박하고 고집이 세당..--;
-너 하는 동아리가 뭐였더라,,흐음..전람회~전람회~
내가 아무리 전례부라고 고쳐줘도 오빠는 막무가내당..



뭐..때론..아무려면 어때......

<글쓴이 : http://www.cyworld.com/halttakii2003년 글 中>


꼭 글쓴이의 저작권을 밝혀 달라는 말에 의해 미니홈피를 연결합니다. ^^ (지금은 런던에 공부하러 가서 열공을 하고 있습죠.)




글에서 보았듯이

내 대학 2학년 1학기를 같이 보낸 후배녀석이며

내가 군대를 제대하는 그날까지 나에게 편지를 써 준 그런 녀석이다.

뭔 할말이 그렇게 많은지 전지에다가 편지를 써 보내기도 하고 주저리 주저리 지 남친이랑 얘기도 많이 써 보내고 하여튼 그 편지를 받을때면 내무반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기도 했었다. 뭐 저렇게 큰 편지를 받냐고...

하여튼 여친이 없었지만 정말 주구장창 편지를 써 주는 이 녀석이 있어서 군 생활이 심심하진 않았다. 내가 군대에서 다짐한 것이 이 녀석이랑 결혼한 민영이랑 이 두명의 여인네한테는 정말 잘 해야지 하는 결심을 한 바있다. 그 힘들던 군 시절을 제대하는 그날까지 힘을 내게 해준 여인네 이니깐...


월요일이고 이 아침 참 좋은 기분으로 이번주를 시작할수 있을 것같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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